Dec 26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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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결론만 내리고 살은 나중에 붙이겠다. 나가봐야 해서. 갑자기 떠오른 화두를 일단 써 놔야 나중에 글이 될테니.

 

 

앞으로 가장 필요한 기술: 검색기술

 

앞으로 가장 필요한 능력: 다양한 정보 소스를 필터링 하여 올바른 정보만 취사 선택하고 수집한 정보를 통합적으로 사고하여 함의를 끌어낼 수 있는 ‘통찰력’.

 

 

 

당신은 이런 기술과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까?

당신의 자식이 이런 기술과 능력을 자연스럽게 몸에 지니고 자유 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까?

 

 

 

 

ps. 그래서 검색 기술을 가지고 있고, 계속 확장하고 있는 구글은 망하기 쉽지 않을 것임.

 

ps2. 검색 능력은 ‘경쟁력’.

 

ps3.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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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at 7:41 am
Dec 25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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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만들어졌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저녁 노을이 내리는 인도 위를 즐거워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느릿느릿 걷고 있었다. 그가 걷고 있는 거리는 넥스트 시빌러티 유니언(Next Civility Union)이 이집트 정부와 손잡고 카이로 남서쪽으로 700킬로 떨어진 곳에 처음으로 만든 문명도시의 가운데, 중앙 공원에 위치한 4J가-사람들은 이 거리를 Four J가 아닌 For J 街로 부른다-이다. 중앙 공원을 가운데 두고 동서남북 방향으로 십자를 그어 정확히 45도씩 틀어진 곳에 네 개의 마천루 단지가 있는데 위성에서 내려다 보면 이것이 마치 십자 또는 엑스자 모양의 별처럼 보인다고 도시 이름도 스타시티(Star City)다.

 

남자가 공원 한 가운데로 걸어가는 동안 해는 이미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지 오래였고, 공원은 완전히 어둠으로 뒤덮혔다. 청년은 주머니 안에서 안경을 꺼내 썼다. 안경을 쓰자마자 자기 공명 펄스를 받아 전원이 들어온 카메라와 필터, 그리고 내장된 회로가 동작했다. 적외선 스펙트럼을 가시광선 영역으로 변환하여 해가 지기 직전이라고 착각할 법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남자는 중앙공원 한 가운데에 놓여진 날렵하게 디자인된 벤치에 앉아 양팔을 뒤로 하여 벤치에 걸치고 오른 다리를 왼쪽에 걸치고 여러 시간에 걸쳐 여유있게 사람들을 관찰했다. 늦은 시간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안경이나 고글을 쓰고 공원을 산책하거나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고 있었다. 남자는 오른쪽 아래로 시선을 보내고 잠시 기다렸다. 전방에 2050년 12월 23일 23시 23분이라는 글씨가 나타났다.

 

‘초단위까지 23초면 재미있겠는데?’

 

남자는 혼자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입에 주먹을 가져가 큭큭 소리를 내며 웃었다.

 

“뭐가 그렇게 웃겨요?”

 

꼬마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리자 남자는 뒤를 돌아봤다. 망토를 두르고 털장화를 신은 귀여운 꼬마 여자애가 얼굴을 가득 덮은 별모양 안경을 쓰고 서 있었다. 변환된 영상의 색이 완전하진 않지만 날짜가 날짜인만큼 망토와 털장화는 빨간색일거라고 상상하면서 남자는 말했다.

 

“응,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니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러 날아다닐 거 아냐? 그걸 상상했더니 그냥 웃음이 나네?”

 

“아저씨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산타할아버지를 믿어요?”

 

“넌 산타를 안 믿니?”

 

“도바니에미[footnote]로바니에미는 핀란드에 있는 산타마을임.[/footnote]에도 가봤지만 산타는 아이들 즐거우라고 만든 가상의 할아버지잖아요.”

 

아이는 그런 것도 몰랐냐는 표정으로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 했다. 남자는 꼬마 여자애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동심이 없는 것이 살짝 속이 상해서 물었다.

 

“넌 몇 살이니? 이름은 뭐고?”

 

“나이는 다섯 살이고…이름은 가르쳐 줄 수 없어요. 아저씨가 누군지 알고 함부로 이름을 알려주겠어요?”

 

남자는 아이의 맹랑함에 기가 막힌듯 멍한 얼굴로 꼬마 아이를 내려다 봤다. 그러다 아이의 옷에 붙어있는 머리카락을 보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띄며 줏어들었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잠바 안주머니를 뒤적거리다, 부산을 떨더니 잠바 윗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들었다. 남자는 머리카락을 상자 안에 넣고 엄지손가락을 상자 뚜껑에 갖다 댄 후, 시선을 왼쪽 아래로 보내 눈 앞에 아이콘을 불러냈다.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DNA 분석기에 시선을 고정하자 상자에서 가벼운 진동이 느껴졌다.

 

“아저씨 뭐해요?”

 

아이는 호기심이 동하는지 남자가 하는 행동을 주의깊게 지켜보며 물었다. 남자는 대답없이 살짝 웃어보인 후 분석 결과를 네트에 질의 했다. 99.997%의 결과로 아이의 엄마로 예상되는 여자의 얼굴과 정보가 떴고, 99.996%의 결과로 아이의 아빠로 예상되는 남자의 얼굴과 정보가 뒤이어 떴다. 두 남녀는 7년 전부터 같은 집에서 살았고 직업은 둘 다 엔지니어로 5년 전에 딸을 하나 두었으며 딸의 이름은 Ami라고 등록되어 있었다. 성은 아빠를 따라 Huu로 기록되어 있지만 스타시티로 와서 새로 성을 만들어 등록한 듯 했다. 하지만 남자는 더 깊이 찾아보지 않았다.

 

“아미…라고 하니?”

 

남자는 아이의 이름을 확인했다.

 

“아뇨, 에이미라고 읽어요.”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아차 싶었는지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

 

“예쁜 이름이구나.”

 

남자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하자 에이미는 언제 경계했었냐는 듯 입에서 손을 떼고 웃어보였다. 이제야 아이답다고 생각하며 남자가 말했다.

 

“에이미, 아저씨가 재미있는 얘기 해 줄까? 토요일 저녁에는 아저씨가 공들여 만든 선물이 산타할아버지를 통해 전 세계에 뿌려질거란다. 모두에게 하나씩은 무리지만 이 스타시티에는 한 가족에 하나, 전 세계에는 한 마을에 하나 정도는 받을 수 있도록 충분히 만들었단다. 이 얘기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일반인중에는 에이미가 첫 번째로 알게 되는 거야.”

 

“우와, 그럼 아저씨는 산타할아버지랑 무슨 관계에요?”

 

“사실 아무 관계도 아니야. 날짜가 얼추 맞길래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 것 뿐이란다. 아저씨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거든.”

 

아이는 일단 ‘선물’이라는 말에 좀 과하게 들떠있는 듯 했다. 남자도 덩달아 즐거워져서 아이가 궁금해 하는 것에 답변해 주며 신이 났다. 5분이나 지났을까,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나타나 남자를 향해 예의바른 웃음을 보이며 다가와 허리를 가볍게 숙여 인사하고 아이를 데리고 가버렸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상당한 교양을 쌓아 몸에 벤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지만 딸의 안전을 걱정하는 엄마의 경계와 의심도 느낄 수 있었다.

 

“아저씨 이름은 뭐에요?”

 

아이는 엄마를 따라 걷다가 궁금해 못 참겠다는 듯 뒤를 돌아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

 

“나중에 에이미가 커서 아저씨를 다시 만나게 되면 그 때 알려줄께.”

 

“아저씨 치사하다. 내 이름만 알아가고. 아저씨 이름 하나도 안 궁금해. 메롱이다! 흥.”

 

 

 

남자는 아이를 보내고 네트에 접속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한 남자는 안경을 벗고 하늘을 바라봤다. 중앙 공원 중심부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건물까지는 약 5킬로가 떨어져 있고, 밤이 되면 공원쪽을 향하고 있는 건물에서는 내부의 빛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차단하고 있어서 별을 보는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남자는 쏟아지는 별빛을 경외심을 갖고 올려다 봤다.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의문의 사고로 죽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는 큰 혼란을 겪었다. 사람들은 편리했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클라우드에 저장해 놓았고, 그 정보는 Evil이 되어버린 구글의 새 경영자에 의해 악용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구글의 뒤에 미국 정부가 있다고 했고, 일부는 프리메이슨이 등장하는 고리타분한 음모론을 끼워넣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구글이 악마가 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엔지니어들이 좌절하고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아마 넥스트 시빌러티사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세상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넥스트 시빌러티는 대부호였던 창업자 제이(J)가 사비를 투자해 만든 연구단체에서 시작한 인류 공동의 자산이다. 인류의 문명이 한 단계 도약하기를 바랬던 그는 사업으로 번 돈의 대부분을 과학기술, 특히 에너지 자급과 나노 기술, 그리고 바이오 관련 기술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대중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공개해 버렸다. 그와 동시에 사하라 사막에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포하고 세계의 두뇌들을 뽑아 들였다. 그가 만든 도시에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넥스트 시빌러티에서 공개한 과학 이론과 응용 기술들을 확대 발전시켰다.

 

환경 공학과 도시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도시 계획을 했고, 지질학과 생태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도시계획에 조언했다. 건축 공학과 재료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건물 디자인을 하고, 세계의 기술자들이 모여들어 차근차근 필요한 시설과 건물을 지어 나갔다. 태양광/태양열과 지열 발전 시설이 들어섰고, 나일강이 아니라 지중해에서 바닷물을 끌어와 대규모 담수 플랜트를 만들었다. 전기와 물이 해결되자 도시는 계획보다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사막 한 가운데에 건물형 농장이 생겼고, 품종 개량된 다양한 곡물과 채소, 과일이 수확되면서 식량이 자급되자 사람들이 늘어갔다. 전력이 충분히 생산되자 효율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시스템이 자연스러워졌다. 환경에 영향을 주는 배터리는 차차 사용되지 않게 되었고 전기자동차나 MagLev조차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아 동작했다.

 

도시는 네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아름답게 성장했다. 네 구역의 가운데에는 지름 10킬로의 원형 공원이 조성되었다. 처음에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과학자, 공학자, 기술자들이 모여들었지만, 곧 일반인도 대규모로 유입되었다. 넥스트 시빌러티는 스타시티의 성공을 보고 스타시티를 만든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 비슷한 컨셉의 도시를 만들거나 이미 존재하는 도시를 리모델링 할 것을 권유했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여러 지역에 수천만 명이 모여 살 수 있을 규모의 도시가 계획되고 건설되었다.

 

각국 정부는 자신들의 땅에 도시가 들어서길 바랬다. 그도 그럴 것이, 못쓰는 땅과 더러운 물만 있어도 그들은 그곳을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만들어 놓는 것이다. 수백만, 수천만의 인구가 도시 하나에서 다른 지역의 교류 없이 완전하게 자급하고 상당한 수준으로 자족하며 살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도시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자본과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했지만, 차차 전 세계적으로 전력과 식량 문제가 해결되면서 필요한 것은 설비와 건물을 만드는데 필요한 천연 자원과 인력 뿐이었다. 곧 세계는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천연 자원만 충분하다면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천연 자원의 분포는 공평하지 않았다. 자원을 가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희소성을 무기로 권력을 행사하려 하였고, 이 때문에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나곤 하였다.

 

 

토요일 저녁, 스타시티 가가호호마다 커다란 책상만한 물건이 배달되었다. 시차가 있기는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한 마을에 하나 이상의 물건이 과학자와 공학자의 집에 전달되었다. 물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Home Manufacturer 2050

designed by Next Civility Union

 

물건을 받은 과학자와 공학자는 매뉴얼을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분자구조의 재료를 바텀업(Bottom Up) 방식으로 만들거나 재료를 넣고 원하는 모양을 탑다운(Top Down)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 장치였다. 튜토리얼에는 식물을 이용해 고분자 중합체를 만들고, 이를 다시 프로그램하여 광분해성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 예제로 나와 있었다. 그리고 이 플라스틱을 가공하여 상당히 정교한 무선 단말기의 케이스를 만들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조금 커다란 책상만한 장치 하나로 가능했다. 상당히 많은 전력을 소모하지만 스타시티에서 전력과 관련한 문제는 없었다.

 

25일 저녁, 스타시티에는 제조사를 거치지 않고 만들어진 다양한 재료와 물건들을 품평하는 모임이 생겼다. 사람들은 각자 집에서 시험삼아 만든 다양한 재료들과 그 재료를 가공해 만든 제품을 들고 중앙 광장에 모였다. 간단한 목업을 만든 사람도 있었고,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섬유 조직이나 도료를 만들어 본 사람들도 있었다. 나사나 컵처럼 단순한 재료의 단순한 모양을 시험해 본 사람도 있었다. 네트를 통해 상당히 복잡한 설계도를 공유하고 필요한 부품을 각자 만들어 와서 부품을 쌓아놓고 설계도대로 조립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치 문제로 과학 발전이 더딘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칼이나 망치와 같은 원초적인 도구를 만들거나 인조가죽을 만들어 장갑이나 장화를 만들기도 하는 등, 그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

 

 

 

2050년 12월 25일 일요일, 크리스마스에 전 세계 사람들은 선물을 만들 수 있는 선물을 받았다.

 

 

To be continued.

 

 

 

 

ps. 소설의 주인공은 셋입니다. 3화까지 나오면서 주인공은 모두 등장했습니다. 이름은 2화의 주인공만 나왔지만 4화에서 주인공의 이름이 모두 공개 됩니다.

 

ps2. 이 소설은 ‘습작’입니다. 너무 높은 수준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_-;; 현대의, 그것도 국내의 과학기술, 정치, 교육, 경제, 복지, 사상, 철학에 대한 비판이 녹아들도록 하는 것이 소설에서 이루고자 하는 바입니다.

 

ps3. 소설 속의 각 ‘화’는 특정 시간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몇 년도인지를 언급할 때도 있지만 대략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의도적인 것으로 시간과 시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상상할 여지를 주기 위함입니다. 그 상상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반전이 되기도 하고 클리셰가 되기도 하겠습니다만orz

 

ps4. 과학 기술과 관련한 부분은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과 나름의 예측, 전문가의 예상, 개인적인 바램 등을 바탕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말이 안 된다(현재 과학으로 이미 안 된다고 증명이 되었거나 학계에 공감대가 형성된 이론을 무시한 내용이 나온다거나) 하면 지적해 주시면 찾아서 공부하고 수정합니다. ㅋㅋ

 

ps5. 이번 화는 나름 크리스마스를 위한 스페셜입니다. ^^

선물을 만들 수 있는 선물!!! 제가 원하는 선물입니다. 램프의 지니에게 소원을 빌 때, ‘언제나 소원을 빌면 소원을 들어줘’ 라고 소원을 비는 것과 같은?

 

ps6. 비판은 달게 받습니다. 재미있는 소재나 재미있는 과학 기술 있으면 제보 받습니다. ‘습작’ 입니다. 비난은 삼가해 주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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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07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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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불가능: 텔레포트

 

지니는 자신이 인류 최초로 텔레포트(공간이동, 혹은 순간이동)의 성공적인 피험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바로 몇 초 전에 지구의 한 실험실의 암실 같은 좁은 공간에 들어가 가슴졸이고 있었는데 창 밖을 통해 보이는 것은 매혹적인 푸른 빛의 지구였던 것이다.

 

 

“텔레포트를 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지니는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텔레포트가 불가능 해서가 아니었다. 이미 벌키한 물질에 대해서는 상당히 큰 질량까지 순간이동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일부 과학자들이 자원 합성 우주 콜로니에서 합성한 물질을 지구나 달로 전송하는 실험을 하고 있고, 도착 예정지의 오차도 초창기 수만 킬로에서 지금은 수백 킬로 수준까지 와 있다. 그 양만 해도 지금은 톤 단위이다. 심지어 쥐나 토끼와 같은 작은 생명체도 순간이동에 성공했다고 보고된 사례가 몇 건이나 있고, 그 가운데 일부는 교차검증까지 마친 상태다. 이런 실험결과들은 지니가 14살이 되던 해에 발표된 불가능 리스트가 나오기도 전에 있었던 일이다.

 

텔레포트는 우주의 법칙에 위배되지도 않으며, 당시의 공학 기술로도 구현 가능 했었다. 텔레포트에 의한 시공간 왜곡이 현실 세계에 주는 부작용(Side Effect)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인류가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을 주는 것은 적어도 몇만 년 이후의 일이라고 계산되었다. 몇만 년이다. 그 사이에 이런 부작용은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으리라. 여러 연구 성과가 인간의 텔레포트가 이론상 충분히 가능함을 알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능 리스트에 인간의 텔레포트가 올라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갈만한 일이었다. 성공적인 텔레포트 이전에 희생될 사람들, 그것이 설령 호기심 충만한 자원자의 자발적 희생이라 할지라도 ‘실험’을 장려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지니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주변에서는 지니를 푼수같다고 개그우먼 취급을 했고, 실제로 지니가 개그에 소질이 있기는 했지만 사실 그녀는 십만 명밖에 없다는 완전뇌(Perfect Brain)의 보유자였다. 그것도 성공적인 케이스였다. 영아기에 일찌감치 전뇌를 이식하고, 주기적으로 뇌신경을 생성/보강하는 약물을 주입받았다. 전뇌는 BNI(Brain Network Interface)를 통해 네트(NET)와 무선으로 항시 연결되어 있다. 지구상의 대부분의 정보, 사실상 무의식적인 해킹을 통해 모든 정보에 접근이 가능한 그녀였다. 평소에는 1초 이상의 고민이 없던 지니였지만 그녀는 2시간 동안 30테라 바이트가 넘는 정보를 네트를 통해 다운로드 하였다. 대부분이 텔레포트와 관련한 이론과 실험 시도, 그리고 실험 결과와 관련한 것이었다. 최신의 과학 논문과 카릏낙의 정보까지 교차검증 하였다. 자신에게 텔레포트를 제안한 사람에 대한 정보도 찾아보았다. 이스라펠 가쉬라는 이름을 가진 중년의 과학자와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몸담았던 단체까지 샅샅이 뒤져보고 난 후에 지니는 대답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인류 최초의 텔레포트 피험자가 되지요”

짧은 시간동안 뇌와 전뇌를 풀가동시킨 지니는 허기를 심하게 느꼈다. 커다란 컵에 담긴 코코아에 설탕을 걸죽할 때까지 부어 녹이면서 다시 한 번 시뮬레이션을 해 봐도 예상 성공 확률은 10%를 넘지 못했다. 그것도 웬만하면 가능한 쪽으로 치우쳐서 계산한 결과였다. 무엇보다 이동한 자신의 ‘뇌’가 정상일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앞으로 10년 정도 충분한 리소스를 활용해서 자신이 직접 연구에 나선다면 성공확률을 50% 이상, 아니 60%까지 올려놓을 자신이 있었지만 그렇게 연구실에 틀어박혀 자신의 능력을 소모하고 싶은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단지 사는게 지루해서 성공하면 끝내주게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고, 실패해도 그건 그거대로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여차하면 자신의 기억 전부를 네트에 백업해 놓고 텔레포트 이후에 다운받으면 신체 일부가 텔레포트에 실패해도 사는데 지장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백업을 위해 일주일 넘게 누워있을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짧고 굵게 사는 것도 멋지지. 서른 넘게 충분히 재미있는 인생이었어. 마음에 맞는 반려자를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지금까지 없었던 것이 앞으로 나타나리란 보장도 없고…’

 

이스라펠 가쉬는 자신을 소개할 때 본명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을 크로노스 하마탄이라고 소개했다. 가명을 쓰는 것이나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사람이 스무 명도 안 되는 부분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하지만 철이 들고 나서 자신이 직접 선택한 성과 이름으로 사는 사람이 드문 것도 아니고, 가상 세계에서만 사는 사람도 꾸준히 늘어가고 있으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는 3일 뒤에 실험실로 데려가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실험실을 네트에서 미리 찾아보기는 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장소가 생각과 달라 지니는 적잖이 당황했다. 실험실은 도시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숲속에 있었는데 가장 가까운 마그레브 정거장에서도 300 킬로는 떨어진 곳에 있었다. 숲속으로 들어가기 전의 도로는 아스팔트여서 참을만 했지만 이동을 바퀴달린 전기차로 하다보니 숲속에서의 승차감은 엉망이었다. 길도 아닌 곳을 덜컹거리며 멀미가 날 정도로 좌우로 흔들어대니 지니는 첨단 과학에서도 감히 시도하지 못한, 심지어 불가능 리스트에까지 오른 인간 텔레포트를 하러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납치되어 봉변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언제든지 상황을 알릴 수 있도록 네트의 접속이 끊기지 않게 조심하느라 걸어서 돌아다녔으면 멋졌을 숲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눈에 비친 모든 정보는 지니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전뇌를 통해 처리되어 인공해마에 기록되고 있었다.

 

지난 3일 동안 지니는 신변 정리를 했다. 죽으러 가는 것은 아니지만 실패할 확률이 컸고, 만약 실패한다면 텔레포트에 실패한 자신은 텔레포트 전의 자신과는 다를 것이 분명했다. 팔이나 다리와 같은 신체 일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가벼운 실패에 속할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보통 사람들보다 섬세하고 민감한 완전뇌가 불완전하게 전송되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몸이 온전하게 전송된 것 같아도 지니의 뇌 일부가 제기능을 못하면 인간 텔레포트는 실패이다. 불가능 리스트에 오른 이유도 다른게 아니라 바로 이 문제 때문이다.

 

지니는 네트에 자신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어떻게 처리해 줬으면 좋을지를 기록해 놨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자신이 기록해 놓은 데이터에 접근하지 않을 경우 친구 몇 명과 친척 몇 명에게 해당 기록이 전달되도록 프로그램 하였다. 지니는 텔레포트에서 생길 수 있는 거의 모든 예상 결과에 대해 세심하게 할 일을 정해 놓았다. 설사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10^29개의 원자들이 우주 공간에 흩어져 재조합되지 못하더라도 자신을 아는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가상의 홀로그램 자아까지 프로그램 하였다. 일반인 프로그래머라면 실력이 좀 우수하더라도 1년은 꼬박 밤샘작업을 할 정도의 결과물이었다. 지니와 친하지 않은 사람이 네트에 접속하여 누군가 지니를 호출하면 특별히 눈치가 빠르지 않으면 지니가 살아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하마탄씨, 생각했던 것보다 실험실이 아담하네요. 텔레포트를 위한 에너지는 충분한가요? 제가 보기에는 텔레포트는 커녕 제 유전자와 분자구조 분석할 컴퓨터의 전력 공급도 힘들어 보이는데. 네트에 기록되지 않은 시설이라도 있는건가요?”

 

지니는 결국 참지 못하고 생각한대로 말을 뱉고 말았다. 행동을 하기 전에 그 똑똑한 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하고 난 후에야 생각을 하는 것이 지니 인생 31년의 노하우라면 노하우였다.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행동을 취하고 수습을 하는 것이 더 흥미진진하다는 것을 안 것은 다섯 살때의 일이었다.

 

“하하. 눈치가 빠르시군요. 불가능 리스트에 올라있는 실험이다보니 네트에 기록되지 않는 방법으로 시설을 확장했습니다. 가능한 불가능의 경우 엄밀하게 말해서 ‘금지’된 것은 아니라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르지만…아무래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면 연구 관련 일보다 다른 일에 바쁠 것 같아서요.”

 

“그렇군요. 네트에 기록되지 않으면서 시설을 늘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꽤 많은 HM이 들었겠는걸요?”

 

“예상하신 대로입니다. 30여대의 HM이 열심히 돌아갔죠. 하하. 1년은 CM수준의 장치를 만드는데 HM을 활용했구요. CM이 만들어지고 나서는 생각보다 수월했습니다.”

 

 

지하 150미터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지니는 간혹가다 자신의 전뇌가 네트와 불통되는 것을 느꼈다. 평생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그것도 단 몇 초의 단절을 경험했을 뿐이었다. 지니는 불안함에 심장이 떨리는 소리가 귀로 직접 들리는 것 같았다.

 

실험실은 40년 전부터 쓰이던 민간 시설을 확장한 것이었다. 입자 가속기의 일부가 분명해 보이는 커다란 원통이 복도 오른쪽에 있었는데 규모가 상당한지 복도는 직선으로밖에 안 보였다. 반경이 얼마나 큰지 계산하려고 하는데 네트와의 접속이 완전히 두절되었다. 지니는 연구실과 관련한 자료를 전뇌로 다운받아 놓치 않은 것을 후회했다. 3일 전에 확인한 정보의 대부분은 네트상의 주소만 남겨두고 있었다. 네트가 연결이 안 되자 과학자들이 준비를 하는 동안 할 일이 없었다. 그저 침대에 누워 신체검사를 받으며 인공 해마에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할 뿐이었다.

 

 

지니는 불안감을 가지고 사람 두 명이 들어가 서면 꽉 찰 것 같은 원통 챔버안으로 속옷만 입고 들어갔다. 문이 자동으로 닫히자 안은 완전한 암흑이었다. 전뇌에서 시력과 관련한 전처리와 후처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해 봤지만 여전히 암흑일 정도로 빛이 없었다. 밖에서는 윙윙거리는 요란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하마탄을 포함한 여섯 명의 과학자들이 분주하게 장치를 조작하는지 시끌시끌 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기계 장치의 소음에 묻혀 잘 해석되지 않았다. 간신히 해석한 몇 단어는 ‘준비해’, ‘9시 25분’, ‘접속 끊겼나?’, ‘확인 바람’, ‘배는 어떻게’ 정도였다.

 

“곧 전송합니다. 되도록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하마탄의 목소리가 챔버 안으로 울려 퍼졌다. 그렇지 않아도 긴장으로 솜털까지 곤두서 있는데 정신을 잃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밖에서 윙윙 거리는 소리가 커졌다가 작아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전 모르프 히우스입니다. 텔레포트는 성공적인 것 같은데, 제 말 들리시나요?”

 

“네, 들립니다. 실험이 성공한 건가요?”

 

지니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성공했다고 느꼈다. 적어도 자신의 뇌에 이상은 없어 보였다. 팔다리가 이상하다는 느낌도 없었다. BNI를 가동시켜 위성 신호를 잡으려고 했지만 잡힌 신호는 지구쪽 통신시설이었다. NET에 접속하여 싱크를 시도했다. 현재 자신의 위치가 안 잡힌다. 시간은 9시 25분 35초를 지나고 있었다. 시간이 잡히고 다시 한 번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NET를 뒤졌다. 고도가 3만 6천 520 킬로미터라고 뜬다. 이게 오류가 아니라면 정지궤도에 있다는 뜻이 된다. 불과 몇 초만에 지구에서 3만 6천 킬로미터가 떨어진 우주 공간의 유인 위성 혹은 콜로니 안의 챔버 안으로 이동한 것이다.

 

“문을 열겠습니다.”

 

감탄부터 나온다. 전방의 창을 통해 깜깜한 우주에 별이 보석처럼 빛났다. 속옷만 입었다는 것도 깜박한 채 지니는 챔버에서 걸어나와 유리창 앞으로 다가섰다. 챔버 밖에 있던 과학자들이 자신의 몸을 훑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창문 밖으로 지구가 보였다. 흥분으로 심장이 터질 듯 쿵쾅거렸다.

 

 

텔레포트에 성공한 최초의 인간이 된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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