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5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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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공학이라는 것을 전공한 입장에서 대학교 1~2학년 수준의 이학과목 교양 수업을 들으면 알만한 내용을, 아니…사실 중고등학교 시절 과학 과목 시간에 배우지 않았을까 싶은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할 생각조차 없는 것 같은 사람이 있어서 무척 우스우면서도 안타깝다. (발단이 된 미디어오늘 기사( http://goo.gl/qLNp6 )와, 미디어오늘 기사 링크에 재반박문이 있기는 하지만 댓글 보라고 이 글(http://slownews.kr/3140)과 미식 전문가라는 분의 글과 댓글 보라고 요글( http://goo.gl/7nsbV)을 링크해 놓으니 알아서들 보고 웃으려면 웃고, 안타까워 하려면 안타까워 하고…)

 

과학적인 사고는 심지어 과학자에게도 힘든 일이다.

현상을 잘 보고(한 마디로 관찰),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원인을 궁금해 하고,
현상의 원인/이유를 찾기 위해 논리적인 가설을 세우고(가설 전에 열심히 RE-search도 하고),
가설이 맞는지 틀리는지 검증하기 위한 적합한 실험 설계를 하고,
제약조건을 지켜 엄밀하게 실험 하고,
그렇게 나온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실험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하고, 발표하고, 논의한 후,
이를 바탕으로 가설을 증명하거나 기각하는 것이 쉬울리가 없다.

여기서 하나라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 가운데 ‘논리적인 가설’과 가설 검증을 위한 ‘적합한 실험 설계’의 중요성은 강조하면 손가락만 아프다.

적합한 실험 설계에서 중요한 것이 뭐냐고 물었을 때의 모범 답안은 아마

‘적절한 실험군과 대조군의 설정’

일 것이다.

과학 실험에서 ‘대조군’ 없는 실험이 얼마나 의미가 없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학’을 운운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이 땅의 과학이 운다;;

참고자료: http://www.sciencebuddies.org/science-fair-projects/project_scientific_method.shtml

 

이와 별개로, 심지어 논리적으로 매우 잘 설계된 실험이라도 그것이 ‘실험’인 이상 재현 가능해야 하고, 그 실험 설계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 없다면(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반박/반론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는 것이 과학에서 말하는 ‘과학적인 방법’이고 ‘과학적인 실험’이다.

그리고 그런 반박/반론의 기본중의 기본이 ‘대조군’이 적절한지, 그리고 실험군에서 ‘변인 통제’는 잘 되었는지 여부를 짚고 넘어가는 것이고. 이런 반박/반론을 인정하지 못하면 과학을 운운할 자격이 없는거지. 과학은 회의주의(Skeptic)와 친하거든. 실험이 잘못 설계되어 있다면, 잘못된 실험설계로 낸 결론을 믿을 이유가 하등 없다. 과학은 꽤나 보수적이거든.

당연히 과학하는 사람들은 쏘쿨하지 못해서 반론조차 ‘과학적인 사고’에 기초해야 인정해 준다. 관심법에 기초한, 혹은 ‘이건 나한테는 상식이라 증명할 필요도 없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반론은 당사자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과학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대하고 있거나, 그것에 살짝이라도 발을 담근 사람 입장에서는 심하게 말하면 ‘모욕’인 것이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현대인은 고등 교육과 각종 미디어(대부분이 과학과 유사과학을 진지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스펀지 같은 방송)에 노출되어 과학적/비과학적 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하지만 실제로 과학적 사고나 방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유는 별거 없고…

이게 무척 피곤한 일이거든.

 

이공학계에선 흔한 사례 하나…

여친의 지도교수가 usb에 연결해서 쓰는 wifi adapter를 샀다. 여친 노트북도 wifi가 고장나서 사는 김에 두 개를 샀는데, 여친 노트북에서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친의 지도교수도 사용에 문제가 있었나보다. 보통 이러면 일반인은 바로 wifi 어댑터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버린다. 하지만 여친의 지도교수가 구입한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시점은 좀 달랐다. 여친이 ”교수님, 다른 잘 작동하는 컴퓨터에서 테스트 해 보셨어요?” 라고 물어봤더니

당연한거 아니에요? 대조군 태스트는 실험의 기본 아니에요?

라고 해맑게 말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과학하는 사람이다-_-;;

과학적인 방법을 언급할 때, 우리는 ‘논리’나 ‘상식’에 기대면 안된다.

‘논리’는 과학하는 사람에게 기본 소양일 뿐이라 대단한 것도 아니다. 논리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과학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상식’은 과학과 별 관계도 없다. 그냥 많은 사람들이 그런줄 알고 있는 것이 상식이다. 그 ‘앎’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는지 여부는 ‘상식’이라는 말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코페르니쿠스 이전에 살던 사람들에게 상식은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과학을 얘기하면서 ‘상식’을 들먹이는 사람은 과학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이용해 자기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 뿐이다.

과학적! 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현대의 교양인이라면 논리나 상식, 특히 본인의 상식이 아니라

관찰, 가설, 기존 연구 결과, 실험설계(대조군, 실험군, 변인통제), 측정, 분석/해석/공식화/일반화, (열린, 공개된) 토론, 테스트, 가설수정/확인 등을 떠올려야 한다.

 

발아점: 실험설계를 지적했더니 ‘상식’이 어쩌고, ‘논리’가 어쩌고 관심법 돋는 다큐멘터리 감독과 책도 낸 것으로 보이는 미식가 블로거를 보고…

덧: 인문사회과학 쪽에서 실험할 때나(대표적으로 심리학 실험이나 설문/면접 등을 통한 실험), 의약학 쪽에서 실험할 때의 실험 설계는 ‘사람’이라는 변인이 들어가서 고려할 사항이 더 있다. 피실험자가 특정 정보를 사전에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실험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실험을 돕는 사람이나 실험을 설계한 사람에 의한 영향조차 최소화 하기 위해 다양한 대조군과 실험군을 만들어 변인을 통제한다.

대표적인 실험 방법이 블라인드 익스페리먼트(맹검법)라고 불리우는 실험이다. 거기다 더블 블라인드 테스트(이중맹검법)나 트리플 블라인드 테스트 까지 나오는데… 이런 실험 설계도 흉내만 낸다고 과학적인 실험이 되는 것이 아니다.

덧 2: 흔히 과학에 대해 잘 모를수록 ‘권위의 오류’를 범하기 쉽고 도그마에 빠지기 쉽다.
이번 사례도 그렇다. 내용을 보면 가설도 실험 설계도 다큐멘터리 PD가 했다(이 정도 실험 설계를 진짜 업계에 있는 ‘과학자’가 했다면, 그 사람은 짐 싸야 하지 않을까? 민폐거든…). 그리고 실험(세균 배양 등)만 연구소에 요청해서 했다. 그래놓고 검증된 유명 연구소에서 실험한 결과를 못믿는 거냐고 우기기 시작하면 진짜 답 없는거다. 계속해서 지적하는 바가 실험 결과가 아니라 ‘실험 설계’거든. 실험 설계가 잘못되었으니 그런 실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다양하게 열려있음을 진짜 열심히 지적하고 있는 거다. 그 가능성을 하나로 좁히기 위해 ‘대조군’이 필요하다고 그러는거고. 그걸 ‘상식’으로 반박하니까 ‘과학’과 거리가 멀다고 그러는 거고. 그런데도 계속 ‘실험 결과 못 믿냐’고 따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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